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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머리속이 하해졌던 순간 |
여러분은 처음 시작한 일에서 실수했던 순간, 기억하세요? 저는 아직도 생생해요. 2년간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받고 드디어 첫 현장에 나갔던 날, 저는 그날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훈련받을 때는 "이 정도면 나도 웬만큼 하겠구나" 싶었거든요. 걸음걸이까지 다듬어가며 그렇게 오래 준비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실제 통역 자리에 앉으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오늘은 그 첫 현장의 기억, 그리고 거기서 제가 얻은 진짜 교훈을 꺼내보려고 해요.
■ 훈련실과 현장은 전혀 다른 공기였다
훈련받을 때는 정해진 대본이나 예상 가능한 상황을 두고 반복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진짜 현장은 달랐습니다. 상대방이 갑자기 사투리를 섞어 말하거나, 예상치 못한 농담을 던지거나,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도 했어요. 훈련실에서는 완벽하게 준비된 문장들만 마주했는데, 현장에서는 사람 목소리도 다 다르고 말하는 속도도 제각각이었어요. 어떤 분은 너무 빨리 말해서 따라가기 벅찼고, 어떤 분은 말을 자주 끊고 다시 이어가서 흐름을 잡기가 어려웠어요. 아무리 훈련을 많이 받았어도 실전에서는 그 순간순간이 다 처음이었어요.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습니다.
■ 첫 실수,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려요
첫 현장에서 저는 작은 실수를 했어요. 상대방이 한 단어를 살짝 다르게 발음했는데, 그걸 다른 단어로 잘못 알아듣고 엉뚱하게 통역해버린 거예요.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고, 저는 등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바로 정정하고 넘어갔지만, 그 몇 초의 시간이 몇 분처럼 느껴졌어요.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 그래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실수 하나로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2년의 훈련 동안 이미 수백 번은 더 큰 실수를 하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연습을 해왔거든요. 훈련실에서는 실수해도 괜찮다고, 오히려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라고 계속 들었어요. 그 경험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진짜 실수를 했을 때도 완전히 얼어붙지 않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통역사의 진짜 실력은 회복력이더라
그날 이후로 저는 통역사의 진짜 실력이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완벽하게 틀리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수했을 때 얼마나 빨리 평정심을 되찾고 다음으로 넘어가느냐였어요. 아무리 훈련을 많이 받아도 현장에서는 늘 변수가 생기니까요. 결국 진짜 실력은 완벽함이 아니라 회복력에서 나온다는 걸, 저는 그 첫 실수를 통해 배웠습니다.
■ 그날 이후 달라진 저의 습관
그 실수를 겪은 뒤로 저는 습관이 하나 생겼어요. 현장에 나가기 전에 항상 "오늘도 분명 예상 못 한 일이 생길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는 거였어요.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방심하는 순간 오히려 더 크게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늘 여유를 조금 남겨두고, 무슨 일이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 이 습관이 이후 수많은 현장을 버티게 해준 저만의 무기가 됐습니다.
■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태도
이 이야기가 통역사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나이대가 되면 새로운 걸 시작할 때 실수하는 게 유난히 부끄럽고 두렵게 느껴지잖아요. 젊을 때는 실수해도 그러려니 넘어가는데, 지금은 왠지 "이 나이에 이런 것도 못 하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들 때가 있어요. 주변 시선도 신경 쓰이고, 자존심도 걸리고요. 그런데 저는 그 첫 현장에서의 경험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고, 중요한 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걸음을 떼는 거더라고요. 오히려 실수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더 빨리,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걸 저는 오랜 통역 생활 동안 여러 번 봤어요.
요즘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시거나,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시작조차 못 하게 돼요. 저도 블로그 글 하나 쓰는 데도 처음엔 실수투성이였어요. 오타도 많고, 사진도 잘못 올리고, 글자 수 계산을 잘못해서 다시 쓴 적도 있어요. 그래도 계속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처음 실수한 날의 부끄러움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기도 하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계속하는 힘이라는 걸, 저는 첫 통역 현장에서 배웠고 지금 블로그를 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고 있어요. 오늘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한 걸음씩 내디뎌보시길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