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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의 사찰 화엄사 |
천년고찰 화엄사에서 가족의 행복을 기도하다 – 부처님오신날 연등 아래에서
살면서 한 번쯤은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떠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는 그곳이 바로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천년고찰 화엄사였다.
예전부터 "화엄사에서 진심을 다해 기도하면 마음속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들었다. 물론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것을 누구도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화엄사를 찾기로 했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우리가 화엄사를 방문한 날은 바로 부처님오신날이었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평소 사찰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사찰 입구부터 형형색색의 연등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등이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하늘로 전해지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경내에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부터 외국인 관광객, 수행자, 불자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봉축법요식의 규모였다.
TV에서만 보던 큰 행사처럼 질서 있게 진행되었고, 많은 스님들과 신도들이 함께 예불을 올리는 모습은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행사에는 여러 지역의 내빈들도 참석했고, 국회의원들이 함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화엄사가 단순히 오래된 사찰이 아니라 우리나라 불교문화와 전통을 대표하는 중요한 사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화엄사는 신라 시대인 54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의 전란과 화재를 겪었지만 다시 복원되어 오늘날까지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오고 있다.
특히 국보인 각황전, 사사자 삼층석탑, 영산회 괘불탱 등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도 매우 높은 곳이다.
사찰을 천천히 걸으며 오래된 기둥과 마당, 돌계단을 바라보고 있으니 수백 년, 아니 천 년이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것은 연등이었다.
남편과 함께 가족 이름으로 연등 하나를 달았다.
연등에 가족의 이름을 적고 작은 소망을 적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연등은 단순한 등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사랑과 건강, 행복을 담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화려한 소원보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서로 웃으며 살아가기를 기도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바라는 것이 점점 단순해지는 것 같다.
젊을 때는 성공과 돈을 꿈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이 건강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엄사 경내를 걸으며 곳곳에서 합장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누군가는 자녀를 위해, 또 누군가는 세상을 떠난 가족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의 내용은 모두 달랐지만 진심을 담은 마음만큼은 모두 같아 보였다.
나 역시 그 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도는 기적을 만드는 주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삶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엄사의 아름다움은 건물만이 아니었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새소리, 오래된 나무들,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까지 모두가 하나의 수행처럼 느껴졌다.
도심에서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고, 천천히 기도하는 그 시간이 오히려 가장 큰 선물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소원을 이루러 온 것이 아니라 마음을 쉬러 온 것 같네."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화엄사가 정말 소원을 이루어 주는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곳에서 보낸 하루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사와 평안의 마음을 선물해 주었다.
언젠가 다시 화엄사를 찾게 된다면 또다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처럼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찰에서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며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
혹시 지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쉼표가 필요한 분이라면 천년고찰 화엄사를 한 번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소원이 이루어질지보다 더 큰 선물은, 그곳에서 얻게 되는 평안한 마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