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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지옥을 견뎌낸 50대의 고백 |
며칠째 눈물이 마르질 않아요.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반신불수로 병원에 누워있는 걸 보고 있으면, 병 때문이 아니라 그냥 제 인생이 원망스러워지더라고요.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와요.
저는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을 차례로 보내드리고, 하나뿐인 딸 시집보내 손주까지 봤어요. 그러고 나서야 '이제 좀 남들처럼 살아보나' 싶었던 참이었어요. 친정엄마 치매 간병만 8년이었고, 돌아가신 지 아직 1년도 안 됐거든요. 그 시간 다 겪고 나니, 이번엔 남편이 쓰러진 거예요.
해뜰날이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솔직히 말하면 억울했어요. 남편은 친정엄마 병수발할 때도 끝까지 제 곁을 지켜준 사람이에요. 힘든 시간 함께 버텨준 사람인데, 왜 우리한테는 쉴 틈이 안 오는 걸까 싶더라고요. 병원 복도에 앉아서 "우리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하고 몇 번을 곱씹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이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이건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게 아니라, 제가 저를 지키기 위해 붙잡은 마음이에요.
간병은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는 것
친정엄마 간병하느라 마음도 몸도 다 써버린 채로 남편 병수발이 시작됐다는 게, 마치 제가 뭘 잘못해서 벌 받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냉정히 보면 그건 순서가 겹친 것뿐이지, 인과관계가 아니에요. 뇌경색은 나이 들면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고, 하필 시기가 겹친 거지 제가 뭘 잘못해서 온 게 아니라는 걸 자꾸 되뇌려고 해요.
이 생각을 붙잡지 않으면, 간병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무너져요. 아픈 사람 옆에서 "내 죄 때문에"라는 마음으로 버티면 그 죄책감이 체력보다 먼저 사람을 갉아먹거든요.
8년을 버텨본 사람이라 아는 것
친정엄마 간병 8년을 지나온 저이기 때문에 이번엔 조금 다르게 접근하려고 해요. 그때는 저 혼자 다 짊어지려다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거든요. 이번엔 요양보호사나 방문 재활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받으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회사에도 사정을 알리고 가족돌봄 관련 제도를 문의해봤어요. 혼자 다 해내는 게 미덕이 아니라는 걸, 8년이라는 시간이 저한테 가르쳐준 거예요.
그리고 하나 더, 제 몸과 마음도 챙기려고 해요. 예전엔 엄마 간병하면서 제 컨디션은 늘 뒷전이었어요. 그러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제가 먼저 지쳐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고요. 이번엔 짧게라도 하루에 제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잠깐 산책을 하든, 좋아하는 차 한 잔을 마시든요.
50대에 이런 일을 겪고 계신 분들께
혹시 지금 저처럼 연이어 힘든 일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지금 느끼는 억울함과 눈물은 절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걸 혼자 짊어져왔는지 보여주는 증거예요.
해뜰날이 없다고 느껴지는 시기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를 지키는 방법은 찾을 수 있더라고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 죄책감과 병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하루에 잠깐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 이 세 가지만이라도 붙잡고 가려고 해요.
같은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들, 우리 서로 너무 애쓰지 말고 하루하루 버텨가요. 그거면 충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