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라면 지금 준비하세요, 아버지로 본 노년의 고독

노을 지는 해변가에 홀로 앉은 뒷모습
아흔 두 살 아버지 뒤 모습
 올해 아버지는 아흔두 살이 되셨다.

병원에서도 "젊은 90대"라고 할 만큼 몸은 건강하시고, 퇴직연금이 있어 생활도 자립적이다. 겉으로 보면 나무랄 데 없는 노후다. 그런데 딱 하나, '심심함'이라는 이름의 고요하고 깊은 외로움이 아버지의 하루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었다.

몇 해 전엔 첫사랑을 다시 만나 설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 날의 기억과 지금의 현실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거리가 있었고, 그 인연도 오래가지 못하고 정리됐다. 도우미는 불편하다며 거절하시고, 실버타운도 싫다 하시고, 자녀와 함께 사는 것도 원치 않으신다. 지금은 딸 둘이 번갈아 찾아뵙지만, 그 시간을 빼면 하루 대부분이 정적 속에 흘러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서겠구나.'

질병보다 더 깊고 무서운 것이 고독이라는 걸, 아버지를 통해 실감했다.

통계가 말해주는 고독의 무게

2023년 미국 연방 보건총감(Surgeon General) 비벡 머시 박사는 '고독과 고립의 유행'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연결 부족의 위험성을 공식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적인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심장질환 위험을 29%, 뇌졸중 위험을 32% 높이고, 노년층의 치매 발병 위험은 무려 50% 끌어올린다. 조기 사망 위험은 매일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숫자로 보면 실감이 안 날 수 있지만, 아버지의 하루하루를 옆에서 지켜본 나에게는 이 통계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독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를 흔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이라는 걸 몸으로 배운 셈이다.

돈과 지위보다 중요한 것

하버드대학교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80년 넘게 이어온 성인발달연구를 통해,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건 돈도 명예도 아닌 '좋은 인간관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하나둘 줄어들고, 결국 남는 건 나 자신뿐인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이제 관계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와 친해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지금 시작한 것들

"아버지의 오늘이 곧 나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는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 블로그를 열고 하루하루의 생각과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울리는 소리가 혼자 있는 시간을 채워준다
  •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시간을 즐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다. 다만 아버지를 통해 배운 것 하나는 분명하다. 노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고독은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

50대인 지금, 은퇴 이후의 돈과 건강만큼이나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그 준비를, 오늘부터 내 방식대로 시작해보려 한다.

혹시 여러분은 부모님을, 혹은 스스로의 노후를 지켜보며 비슷한 두려움을 느낀 적 있으신가요? 댓글로 이야기 나눠주시면 저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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