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코앞에서 실업급여도 못 받고 나가라니, 오늘 매장에서 본 씁쓸한 현실

내일이면 60, 오늘 배운 한 가지
내일이면 60, 오늘 배운 한 가지

내일이면 저도 육십이에요. 그런데 오늘 매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퇴근하고도 계속 그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로라도 정리해 봐야겠다 싶었어요.

그 동료는 저랑 동갑인데, 사실 얼마 전에 저랑 크게 한 번 부딪히고 나서는 서로 말도 안 섞는 사이예요. 그런데도 오늘 그 사람이 겪는 일을 보면서는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죠. 미운 건 미운 거고, 안쓰러운 건 또 안쓰러운 거니까요.

원래 있던 자리에서 밀려나 1인 매장으로 온 것부터가 시작이었어요

그 동료, 사실 처음부터 지금 매장이 잘 맞아서 온 게 아니에요. 원래 있던 매장에서 여러모로 안 맞아서 결국 장사가 잘 안되는 1인 매장으로 발령이 났던 거죠. 저도 그때부터 어렴풋이 짐작은 했어요. 회사가 완전히 매장을 접을 마음까지는 아니어도, 언젠가는 사람을 정리하고 싶어 한다는 걸요.

그래도 저는 최소한 실업급여는 챙겨주고 보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 보니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실업급여도 안 주고, 물건도 안 주고, 그냥 알아서 제 발로 나가주길 바라는 회사 태도에 그 사람이 억울하고 힘들다고 하는 걸 옆에서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어요. 이렇게까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야 하나 싶더라고요.

회사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씁쓸한 건 씁쓸한 거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해요. 장사가 안되는 매장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낼모레 환갑인 나이에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게, 말은 안 해도 저도 참 안타깝더라고요. 이 나이에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디 쉬운가요.

이 일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회사가 굳이 "자진퇴사" 형태로 나가주기를 바라는 이유가 뭘까 하고요. 그냥 매정해서만은 아니겠다 싶어서 좀 찾아봤어요.

권고사직과 자진퇴사, 한 글자 차이가 실업급여를 가릅니다

찾아보니 권고사직은 회사가 먼저 그만두라고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라서 비자발적 이직으로 인정되고, 실업급여 수급 요건 중 하나인 '비자발적 사유'를 채우게 돼요. 반면 자진퇴사는 원칙적으로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에요. 딱 이 한 끗 차이가 퇴직 후 몇 달치 생활비를 가르는 셈이죠.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면 골치 아픈 게 있어요. 고용유지지원금 같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던 사업장이라면,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는 순간 그 지원이 끊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회사들은 직원이 스스로 나가는 모양새를 만들려고 애를 쓰는 거예요. 오늘 그 동료가 겪은 일도 아마 이런 맥락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도 자진퇴사라고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더라고요

한 가지 다행인 건, 자진퇴사로 처리됐다고 해서 무조건 실업급여를 못 받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 통근 시간이 과도하게 긴 경우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자진퇴사여도 인정받을 수 있어요. 또 사직서를 썼더라도 사실상 회사의 압박이나 강요에 의한 거였다면, 문자나 이메일, 통화 녹음 같은 증빙 자료를 챙겨서 고용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더라고요.

저라면, 아니 우리 나이대라면, 이런 걸 미리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알아서 챙겨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내 상황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게 낫겠더라고요. 나중에 알았다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미리 아는 게 백배 낫잖아요.

나이 들수록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라는 말, 이제야 알겠어요

오늘 일을 보면서 새삼 느꼈어요. 나이 들수록 말은 적게 하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요. 그 동료처럼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입으로 일하듯 하다 보면 결국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기가 쉬운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 그냥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어요.

그렇다고 마음까지 편한 건 아니에요. 사이가 틀어진 동료라도, 낼모레 육십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정리되는 걸 보는 건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언젠가 저한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제 자리에서 조용히, 그리고 단단하게 버티는 것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돼요.

혹시 지금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 회사가 하자는 대로 그냥 서명부터 하지 마시고 권고사직인지 자진퇴사인지부터 꼭 짚어보세요. 필요하면 고용센터나 노무사에게 먼저 상담받아 보시고요. 그 한 글자 차이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저도, 그리고 오늘 그 동료도, 이 나이에 이런 걸 배우게 될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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