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한테 심한 말 들은 날, 아이스크림 하나가 준 이상한 위로

아이스크림을 보고있는 나
아이스크림을 보고있는 나

코로나 때 딱 1년, 마트 반찬코너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전엔 젊었을 때부터 통역 일을 했고, 그 후로도 계속 3개 국어를 쓰면서 서비스업 쪽에서만 일했으니 사람 상대하는 일은 나름 이력이 붙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날 겪은 일은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나요.

한가한 시간에 핸드폰 좀 봤다고

반찬코너라는 게 손님이 필요한 반찬을 알아서 바구니에 담아가는 구조라, 사실 손님이랑 말 섞을 일이 거의 없어요. 저희는 그저 반찬 나가면 포장해주는 게 주 업무였고요. 그날도 손님 없는 한가한 타임이라 잠깐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아줌마들이 입는 꽃무늬 몸빼 바지를 입은 아저씨 한 분이 다짜고짜 다가와서 근무시간에 핸드폰 본다고 욕을 하시더라고요. 요즘 사람들은 군기가 빠져서 제멋대로라면서요.

일단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죄송하다고, 뭐 도와드릴 거 있냐고 여쭤봤어요. 근데 그 다음이 진짜였어요. "너도 돈 좋아하지? 요즘 x년들은 돈만 밝히잖아, x년, 너도 한가지다." 이러시더라고요. 술 냄새도 안 났어요. 완전 맨정신으로 그런 말을 쏟아내셨어요.

살다살다 그렇게 욕먹은 건 처음

저는 다시 손님 응대로 돌아갔어요. 아무 말도 안 했죠. 그냥 어쩐지 그분이, 마누라든 애인이든 돈 없어서 떠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욕을 먹은 건 제 인생 살면서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그분이 가시고 나서 저는 멍하니 앉아있었어요. 그때 다른 직원분들이 오시더니 "그래서 반찬코너 직원이 자주 바뀌는 거예요"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는데 더 허탈해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분이 다시 왔어요

정신줄 놓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 아저씨가 다시 나타난 거예요.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또 뭐라고 하시려나 싶어서요. 근데 그분이 제 앞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슬쩍 내놓으시면서 "먹고 정신 차려" 하시는 거예요.

그 찰나에 뭔가 모르게 짠한 감정이 들었어요. 마침 그날 안 나가면 폐기해야 하는 반찬이 있길래, 저도 모르게 서비스로 두 개를 챙겨드렸어요. 그러니까 고맙다고 하시면서 천천히 마트를 걸어 나가시더라고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든 생각

그분이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는 계속 생각했어요. 저는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저한테 욕을 하신 그분을 원망할까요, 아니면 이런 상황을 만든 사회를 원망할까요. 살기 힘들어서 집을 나간 여자들을 원망할까요, 아니면 경제력이 없는 남자들을 원망할까요.

결론은 안 나요. 그냥 돈이라는 게 사람을 참 이상하게 만든다는 것만 남더라고요. 서비스업을 오래 하면서 느낀 건, 진상도 결국 그 사람 인생의 어느 조각이 터져 나온 거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그런 욕을 들을 이유는 없었지만요.

지금도 그 아이스크림이 왜 그렇게 짠했는지는 설명을 못 하겠어요. 그냥 그런 날이 서비스업에는 있더라고요.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게,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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