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성혈에서 만난 낯선 기운, 애드센스 재도전을 앞두고

 

제주의 뿌리 삼성혈에서 만난 낯선 기운
제주 삼성혈

7월 7일, 애드센스에서 거절 메일을 받았어요. 그날부터 정말 정신없이 움직였습니다. 혹시 도메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비아에서 도메인을 새로 사서 연결하고, 서치콘솔에까지 등록하느라 나흘이 꼬박 걸렸거든요.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유튜브 영상 돌려보고, 퇴근하고 나서는 블로그 글 뒤져가며 하나하나 따라 했어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이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원래 재심사는 최소 2주는 지나고 신청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는 거예요. 어제 퇴근하고 늦게까지 이것저것 보면서 따라 하다가, 저도 모르게 재신청 버튼을 눌러버렸습니다. 누르고 나서야 '아, 이거 너무 일렀나' 싶더라고요. 마음이 영 뒤숭숭했어요.

휴일, 발길이 닿은 곳은 삼성혈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안고 맞은 오늘 휴일, 저는 제주도의 발원지라 불리는 삼성혈(三姓穴)을 찾았습니다. 딱히 계획하고 간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주시 한복판, 오래된 소나무와 팽나무, 녹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삼성혈이 나옵니다. 처음 들어섰을 때 느낀 건 습기라고 해야 할지, 음침함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묘한 기운이었어요. 나무가 저렇게 빽빽하게 우거진 곳이니 더 그랬겠죠. 저는 어릴 때부터 촉이 좀 예민한 편이라 이런 기운을 빨리 알아채는 편인데, 이곳은 뭔가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여럿 보였는데, 제주 여행에서는 필수 코스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고, 일본 분들이 워낙 토속 신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더 그런가 싶기도 했어요.

삼성혈, 탐라국이 시작된 자리

삼성혈이 어떤 곳인지 조금 풀어드릴게요.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제주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라산 북쪽 기슭의 '모흥혈'이라는 세 개의 구멍에서 신인 세 사람이 솟아났다고 해요. 첫째가 양을나, 둘째가 고을나, 셋째가 부을나입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가 익히 아는 다른 건국 신화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고조선의 단군이나 신라의 박혁거세처럼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알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이 세 신인은 땅에서 그대로 솟아났다고 전해집니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용출(湧出) 신화'라고 하더라고요.

이 세 사람은 처음엔 가죽옷을 입고 사냥을 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동쪽 바다에서 나무 상자 하나가 떠내려옵니다. 열어보니 그 안에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오곡의 씨앗, 송아지와 망아지가 들어있었대요. 세 신인은 각각 공주와 혼인을 하고, 그때부터 비로소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탐라국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들이 바로 제주 양씨, 고씨, 부씨의 시조가 되었고요.

삼성혈은 1964년 국가 사적 제134호로 지정되었고, 지금도 매년 4월 10일 춘기대제, 10월 10일 추기대제, 12월 10일 건시대제라는 이름으로 제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선 중종 때인 1526년, 이수동 목사가 처음 이곳을 정비하면서 성역화가 시작됐다고 하니, 사람들이 이 자리를 신성하게 여겨온 역사만 해도 오백 년이 훌쩍 넘는 셈이에요.

왜 유독 이곳에서 그런 기운을 느꼈을까

제주는 예로부터 '당오백 절오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을마다 당과 신을 모시는 문화가 깊었던 곳입니다. 척박한 땅에서 바람과 싸우며 살아야 했던 제주 사람들이 자연스레 신에게 기대고 기도하며 살아온 흔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삼성혈 역시 유교식 제례를 지내는 곳이지만,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땅에서 신이 솟아났다는 무속적인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요.

그래서였을까요. 430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곳, 제주라는 섬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곳에 서 있으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지더군요. 처음엔 으스스하게 느껴졌던 그 기운이 시간이 지나면서는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으로 바뀌었어요. 지금도 그 기운이 여운처럼 남아있는 듯합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오래된 자리에는 그 자리만의 시간이 쌓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앉아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세 신인도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시작했잖아요. 사냥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낯선 상자 하나를 열어보는 용기를 냈고, 그 뒤에야 씨를 뿌리고 뭔가를 길러낼 수 있었죠. 제 블로그도 지금 딱 그 단계인 것 같아요. 아직 뭐 하나 제대로 여문 게 없지만, 계속 씨를 뿌리고 있는 중이니까요.

재신청이 너무 일렀다는 걸 알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앞선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이 자리에서 받은 기운을 안고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보려 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는 계속 글을 쓸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때 마음먹었던 것처럼, 이건 제 나이 오십 넘어 남기는 저만의 기록이니까요.

혹시 저처럼 애드센스 재신청 앞두고 마음 졸이고 계신 분들 있다면,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최소 2주는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이 복잡할 땐 이렇게 훌쩍 어디든 다녀오시는 것도,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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