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이렇게 막는 줄은 몰랐다.
50대. 아직 직장은 다니고 있고, 월급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뭔가 하나 하려고 마음먹으면 꼭 한 번씩 벽이 생긴다. 위에서 눈치, 아래서 눈치. 내 돈 내가 쓰는데도 눈치.
이번에 노트북을 새로 샀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러면 제일 좋은 걸로 사자." 이것저것 알아보고 비교하고, 결국 선택한 게 **삼성 갤럭시북5 프로 16인치(NT960XHA)**다.
사양을 한번 보면,
- 디스플레이 : 16인치 Dynamic AMOLED 2X 터치 패널. 가변 주사율이 48~120Hz까지 바뀌고, 빛 반사 방지(안티 리플렉티브) 코팅까지 들어가 있다.
- CPU : 인텔 코어 울트라 5 228V 또는 울트라 7. 최신 AI PC 칩이다.
- RAM : 32GB LPDDR5x 온보드. 나중에 확장은 안 되지만, 32GB면 충분하다.
- 저장장치 : 512GB NVMe SSD.
- 배터리 : 76Wh급, 공식 표기로 최대 25시간.
- 무게 : 약 1.56kg. 들고 다니기 부담 없는 무게다.
- 포트 : HDMI 2.1, 썬더볼트 4, USB-A, microSD, Wi-Fi 7, 블루투스 5.4까지.
출고가는 사양에 따라 176만 원대에서 280만 원대까지 구성되는데, 커뮤니티에서는 가격 대비 사양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나는 280만원 주고 샀다.
사서 케이스 보호막도 같이 달았다. 요란하게 장만한 거다.
그랬더니 아들이 한마디 했다.
"엄마는 이 기능 다 못 써."
안다. 나도 안다. 썬더볼트가 뭔지, Wi-Fi 7이 얼마나 빠른 건지 당장 체감도 못 할 수 있다. 그래도 사고 싶었다. 마지막이니까. 이 나이에 또 언제 이런 거 들이겠어. 그냥 질러버렸다.
어쩐지 속이 시원하다.
사실 눈치 볼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언제 나가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고, 집에서는 "노후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냐"는 무언의 압박이 있다. 위로는 직장, 아래로는 자식. 50대 직장인이면 다들 이 사이에 낀 느낌 알 거다.
그 와중에 블로그를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노후에 뭔가 내 것을 만들고 싶었다. 돈도 벌고, 기록도 남기고. 그래서 구글 블로그스팟(Blogspot)을 골랐다. 한국에서 많이 하는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가 아니라 굳이 구글 걸 고른 건, 전 세계에서 접속할 수 있고 달러로 수익이 붙는 구글 애드센스가 붙기 때문이다.
요란하게 노트북 사고, 케이스 달고, 블로그 시작한다고 설레발 쳤는데.
만약 끈기 있게 못 하면 얼마나 쪽팔리나,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블로그 하나 시작했다고 주변에 티 냈다가 석 달 만에 접으면...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나는 원래 제일 나쁜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때. 오늘 이 선택은 후회 안 한다." 이 생각이 자리잡으면 그다음은 깡으로 버틸 수 있다. 좋은 결과만 생각해야 잘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반대다. 최악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태어날 때도 몰랐지만 우리는 살아왔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한 치 앞 모르면서 더듬어 가면서 써나가는 거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나는 오늘, 그냥 시작한다.
뭔가 하나는 내 마음대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